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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땅의 경계에서 생명과 시간을 읽어내는 습지생태학자의 기록
  • 편집국
  • 등록 2025-11-19 06:5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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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북이 ‘나의 스웜프 씽: 물의 기억과 습지생태 이야기’를 출간했다.


습지는 물과 땅이 맞닿는 역동적 경계이자 생명과 사유가 교차하는 공간이다. 신간 ‘나의 스웜프 씽’은 이 경계 위에서 과학자로 성장한 한 습지생태학자의 여정을 담아 ‘물의 기억’을 따라 자연과 인간 존재를 탐구한 기록이다. 저자는 습지 연구 속에서 발견한 생명의 리듬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며, 생태적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저자에게 미국 대중문화 속 괴물 ‘스웜프 씽(Swamp Thing)’은 인간 존재를 은유하는 생태적 상징으로 재해석된다. 영화 ‘미나리’가 미나리와 미꾸라지의 생태적 관계를 떠올리게 했던 것처럼 그는 박사과정 연구 현장에서의 시행착오와 발견을 통해 습지의 회복력과 순환의 의미를 독자에게 전한다. 더불어 습지가 어떻게 분석되고, 복원생태학·수문학·생태공학을 통해 관리·복원되는지 실제 연구 언어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또한 저자는 교육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습지생태 교육의 가치를 강조한다. 학생들과 함께한 현장 수업, 메조코즘 실험, 예술과의 협업은 습지를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특히 습지토양의 색과 성분을 통해 시간을 읽어내는 ‘더트프로젝트(Dirt Project)’는 습지의 탄소 저장 기능과 회복력을 이해하는 중요한 교육·연구 도구로 소개된다. ‘토양의 기억’이라는 개념은 잠들어 있던 종자은행(seed bank)이 물의 귀환과 함께 다시 깨어나는 자연의 기적을 설명한다.


습지는 지구 면적의 6%에 불과하지만 전체 토양탄소의 25% 이상을 저장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다. 특히 이탄습지는 지구 육지의 3%만 차지하면서도 토양탄소의 30%를 품고 있어 기후변화 시대 핵심 생태계로 꼽힌다. 세계적 습지학자 윌리엄 미치 교수의 분류에 따르면 습지는 7개 유형, 40여 개 이름으로 불리며 지역·기후·수문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생태적 특성을 갖는다. 저자는 복원생태학의 핵심은 이런 ‘열린계(open system)’적 특성을 이해하고, 바람·물·생물 이동이 만들어내는 연결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람사르 습지는 현재 2456개(한국 26개, 미국 41개)에 이른다. 그럼에도 1970년대 이후 자연습지의 절반 이상이 사라졌고, 기후변화·해수면 상승이 손실을 가속하고 있다. 특히 202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Sackett v. EPA 판결은 하천·호소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고립습지’를 보호 대상에서 제외해 큰 논란을 낳았다. 저자는 이러한 법적 정의와 생태적 실체의 간극을 짚으며 ‘모든 것은 그 외의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는 생태적 원리를 다시 환기한다.


생태예술과의 협업 또한 이 책의 중요한 축이다. 베찌 데이먼의 ‘생명의 물 정원’, 바샤 얼랜드의 ‘얼음책’ 등은 생태공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을 확장시킨 사례로, 저자의 연구·교육 활동에 깊은 영감을 준다. 2017년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그는 생태과학·생태공학·생태예술을 잇는 학제적 연결을 시도했다.


미국에서 외국인 연구자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저자는 모든 경험을 배움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올렌탄지습지의 현장조사,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 언어적 해석의 어려움, 문화적 경계 등은 오히려 그가 습지를 바라보는 감각을 확장시킨 요소였다. 석사과정에서 미꾸라지가 모기 유충을 먹어 치우는 모습을 관찰한 작은 순간은 그의 연구 인생을 바꾼 전환점이 됐고, 자연 기반 해법의 실천적 통찰로 이어졌다.


‘나의 스웜프 씽’은 자연의 리듬, 감각, 기억이 중첩되어 흐르는 기록이자 자연과 인간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생태학자의 사유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습지의 가치와 탄소 저장 능력, 그리고 기후위기의 시대에 우리가 되살려야 할 생태적 감각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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