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출생률 같은 양적 지표를 넘어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인구 변화에 맞춰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출생 대책 중심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국가 운영의 틀을 다시 짜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선포식'에서 "출생률이나 인구 규모 같은 양적 성장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인구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의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인구 변화에 맞춰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인구정책의 구조, 판을 바꿀 전환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단기 대책이 아니라 정부 인구정책의 장기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년간의 정책 성과를 냉정하게 짚었다. 그는 "역대 정부가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확충하고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왔다"면서도 "인구 문제가 그렇게 쉽게 해결되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히려 점점 더 복잡해지고 구조적인 문제로 심화되고 있다"며 저출생·고령화,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더해 다양한 가족 형태와 이주민 증가라는 새로운 변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핵심은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누구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다. 그는 "어디에서 누구와 살든 나와 내 가족이 함께 성장하고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인구 문제를 완화하거나 해소할 단초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만들어 갈 인구정책은 노동정책이기도 하고 복지정책이기도 하고, 일자리·주거정책인 동시에 교육정책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전략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이날 행사는 위원회의 첫 논의 자리다. 이 대통령은 결혼·출생·양육 문제를 망라하면서 국가의 돌봄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환경을 질적으로 개선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세대와 지역, 생활방식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존중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심도 있는 논의를 주문했다.
최근 지표에서는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2년 연속으로 출생아 수가 반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혼인 건수가 전년보다 6.1% 증가했고, 설문조사에서도 결혼과 출산 의향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인공지능(AI) 혁명을 언급했다. 그는 "역사적인 대전환을 맞아 산업과 일자리, 교육과 돌봄 같은 사회 시스템 전반을 재설계할 기회가 됐다"며 "오늘 발표하는 인구 비전이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