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RC 구조 정책 세미나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 제공)
세대수 증가형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2차 안전진단과 안전성검토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리모델링융합학회는 현행 규제의 모순과 시공 안전의 빈틈을 바로잡겠다며 최근 '2026 KRC 구조정책 세미나'를 열었다.
2026년 현재 전국 150개 단지, 12만980세대가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행정 기준이 걸림돌이 되어 사업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 발제를 맡은 김진영 아주대학교 교수는 법제처가 2023년 7월 필로티 구조도 수직증축형 리모델링에 포함된다고 유권해석한 뒤 수평증축 단지까지 2차 안전진단을 받게 됐다고 짚었다. 1개층 증축도 3개층 수직증축과 같은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벽식 아파트의 리모델링 필로티는 상부 내력벽이 하부까지 연속돼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개층을 추가할 때 기존 골조의 중력하중 증가율은 약 4~5% 수준이라며, 증축 층수와 하중증가율에 따라 검토 절차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철우 시엘에스이앤지 대표는 말뚝 정재하시험 기준의 정상화를 주장했다. 상부 구조 진단에서 A·B등급을 받아도 여러 차례 시험 중 한 건이라도 기준에 못 미치면 기초를 전면 재설계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20년 넘게 하중을 견뎌온 노후 건축물에 설계 지지력의 200~300%에 달하는 하중을 가하는 방식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특성과 종합적인 안전성을 반영한 합리적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공 단계 안전 대책도 논의됐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3년 수직증축 허용 당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4대 안전대책 가운데 감리 기술사 상주만 제도화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행 일반감리는 도면대로 시공됐는지만 확인할 뿐, 기존 구조체 해체·보강과 하중 이동 같은 리모델링 특유의 공정을 다루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 위원은 원 설계자가 아닌 독립된 건축구조기술사를 현장에 상주시키고, 일반감리와 구조감리의 서명란을 분리해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소요 비용은 총공사비의 약 0.2% 수준이고, 현행 감리자 지정·감리비 기준으로 즉시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장 실정에 맞는 제도 정비가 주택공급 대안의 한 축인 리모델링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